한국교회·기독교인을 향한 윤리·도덕적 쇄신 요구 급증
이웃사랑의 기독교 정신 회복해 사회의 모범적 모습 보여야
일제의 압제 아래 외국인 선교사들이 추방되고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등 한국교회에 모진 풍파가 몰아쳤지만, 외국인 선교사들의 유지를 받아 교육과 의료사역을 잇는 한편 3·1운동 등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백 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성장한 한국교회는 한민족을 대표할 자리에 이르렀다. 한편으로는 술과 담배가 남용되고 있던 구한말 사회에 절주와 금연으로 덕성을 쌓도록 이끌고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해 한민족 누가 봐도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사회의 모범이자 선진화된 서구 문명의 근간이라 칭송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교회 세습문제와 가짜뉴스 논쟁 등 교계 내·외부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사고가 터져 나오고 사회적인 논란 가운데에서 이전과 달리 교회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현대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교회란 부패의 온상이자 적폐의 근원이라는 손가락질까지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직면한 상황과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족 종교로서의 신뢰 상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7년 발표한 한국교회 대국민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는 긍정이 20.2%, 보통이 28.6%이다. 이에 반해 부정은 51.2%로 긍정과 보통을 모두 합한 48.8%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교회가 아닌 기독교 신자 개인과 목회자에 대한 . 조사 결사를 보면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경향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기독교 신자에 대해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사자 중 18.1%만이 긍정한다고 답했으며,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 또한 20.5%로 5명 중 1명만이 기독교인과 목회자를 신뢰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30대 연령대별 조사결과를 보면 현역으로 사회 각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기독교 인식이 우려스러운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30대 조사자들의 한국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37점으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여 준 60대의 2.87점은 물론이고 전체 평균 2.55점과 큰 차이를 보여 주었다. 또한 기독교 목사의 말·행동에 대한 신뢰도는 2.33점으로, 60대 신뢰도인 2.93점과 큰 차이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조성돈본부장(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은 “이런 유형의 질문에서는 일반적으로 보통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나오게 되어있다. 대부분 이런 문제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질문에 ‘보통’이라는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다”며, “그런데 한국 국민들은 개신교에 대해서 아주 명확히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것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런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20여 년 동안 두 명의 대통령이 장로 출신이다. 그들이 교회의 장로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를 내세워 선거에 도움을 받았다. 이후 교회는 기득권 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청와대에서 찬송이 흘러나오는 권력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후 기독교는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한 축을 이루며 사람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또 시내 한복판에서 열린 기도회는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했다. 이 모든 것들의 결과가 국민의 절반 이상을 부정적인 견해에 서게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도덕성 갖춘 기독교인 요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조사자들에게 「한국교회가 더욱 신뢰받기 위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회적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제목의 질문을 남겼다. 이에 조사자들은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 항목에 대해 45.3%라는 선택률을 보여 주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진행한 조사에서는 각각 29.1%, 19.9%, 28.1%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45.4%를 보여 준 2013년과 더불어 2017년 조사에서는 윤리 부분에 대해 높은 지적률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지적은 2017년 기독교인(37.7%)보다 비기독교인(47.2%)에게서 더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사회 공적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봉사 및 구제 활동」 항목은 2008년 47.6%, 2009년 60.3%, 2010년 48.2% 등 과거 세 차례 벌인 조사에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36.4%, 2017년에는 31.6%를 기록하면서 한국사회에서 한국교회에 바라는 요구 사항은 사회봉사단체나 복지센터 운영, 소외가족 돌봄 등 사회공공사업이 아닌 목회자·평신도의 윤리·도덕적 자질 향상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국인들은 기존에 교회가 하던 ‘봉사와 구제 활동’을 넘어서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 모범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과거 국가의 사회복지제도는 미흡한 부분들이 많았으며, 교회가 적재적소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런데 점차 국가의 사회복지제도가 짜임새를 갖추게 되었고, 교회에서 진행하는 봉사 활동에 관한 기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교회 역시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반해 사회는 가치관의 혼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고, 도덕의 야경꾼 역할을 해야 할 사회가 공동체의 붕괴와 함께 해체되고 있다. 여기에 포스트모던의 영향까지 더해져 도덕의 기준이 모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사회가 한국교회에 윤리와 도덕 실천 운동을 감당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며, “이제 한국교회는 새로운 기회 앞에 섰다. 윤리와 도덕 문제를 가장 잘 다루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종교이며, 이를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이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 윤리·도덕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 제시한다면 이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타인 존중하는 상식 회복
한국교회를 향한 한국사회의 지적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지난 4일 새물결아카데미에서 「열두 예언자의 영성」이란 주제로 열린 공개 강좌에서 차준희교수(한세대)는 “지금 한국교회를 향한 지적들의 저변에는 한국교회 구성원이 보이는 상식 부재의 모습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정과 교회·직장 속에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며, “초상식은 상식을 포함하여 이를 초월하는 것을 뜻한다. 선교 초기 기독교인들은 초상식적인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갔다”고 밝혔다.
또한 강기성목사(예동교회)는 “과거 한국교회를 이끄시던 분들은 예수님께서 요청하셨던 온유와 겸손의 멍에를 지면서 세상 속에서 빛을 내셨다. 이를 통해 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시며 상호존중의 아름다움을 보이셨다”며,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가 보이는 모습은 온유와 겸손이라는 멍에를 메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채 자본주의 논리에 무차별적으로 휘둘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